간질 발작 나노센서로 실시간 감지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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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20-02-12 00:00본문
IBS 나노입자연구단 개발
발병원인 규명·진단 활용

칼륨 농도 변화 측정 나노센서 구조.
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 뇌전증(간질)으로 인한 발작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. 뇌전증은 물론 알츠하이머병,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.
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(IBS) 나노입자연구단장(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) 연구진은 뇌 여러 영역의 칼륨이온(K+) 농도 변화를 동시에 측정하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하고 뇌전증이 있는 쥐의 5단계로 나뉘는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. 발작과 경련에 따른 뇌신경세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.
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`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` 2월 11일자에 게재됐다.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으로 인해 발생하는데, 흥분한 뇌 신경세포는 칼륨이온을 바깥으로 내보내며 이완한다. 만약 신경세포 내 칼륨이온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흥분 상태가 유지되면 뇌전증의 증상인 발작과 경련이 일어난다. 따라서 광범위한 뇌 영역의 칼륨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하면 발작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. 하지만 살아 있는 동물의 신경세포가 흥분할 때 세포막의 이온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여러 이온 중 입자 크기가 작은 칼륨만 선택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웠다.
이에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이용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생쥐에서 칼륨이온의 농도 변화만 선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했다. 칼륨이온과 결합하면 녹색 형광을 내는 염료를 수㎚(나노미터·1㎚는 10억분의 1m) 크기의 미세구멍이 있는 실리카 나노입자 안에 넣었다. 이 나노입자 표면을 세포막의 칼륨채널처럼 칼륨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으로 코팅했다. 막을 통과한 칼륨이온이 염료와 결합해 내는 형광의 세기를 토대로 칼륨이온 농도를 측정하는 원리다.
연구진은 이 센서를 살아 있는 생쥐의 뇌 해마, 편도체, 대뇌피질에 주입한 뒤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켜 칼륨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. 그 결과 부분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자극이 시작된 뇌 해마에서 편도체, 대뇌피질 순으로 순차적으로 농도가 증가했다. 반면 전신발작이 일어날 때는 3개 부위 칼륨이온 농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지속시간 역시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.
현택환 단장은 "기존 기술로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신경세포나 뇌 절편, 마취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"며 "반면 이번에 개발한 나노센서를 이용하면 뇌전증에 의한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 여러 영역의 칼륨이온 농도 변화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어 뇌전증을 비롯한 다양한 뇌질환의 근본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"으로 기대했다.

